노광장비 회사가 셋뿐인 이유 | 니콘·캐논은 기술이 아니라 판단에서 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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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노광장비 회사를 다시 찾게 되나
2026년 들어 이 세 회사가 같은 시장에서 다시 부딪히기 시작했습니다. 2026년 1월 ASML이 후공정 전용 노광장비 TWINSCAN XT:260의 납품을 시작하면서, 2011년부터 캐논이 사실상 독점해온 영역에 들어왔습니다. 니콘도 2027년 3월까지 디지털 노광 방식으로 같은 시장에 진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입니다.
배경에는 AI 반도체가 있습니다. GPU와 고대역폭메모리를 하나로 묶는 첨단 패키징이 늘면서 칩과 기판을 잇는 중간기판에 미세 배선을 그릴 장비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전공정에서 밀린 두 회사가 후공정에서 자리를 잡아둔 사이, 그 자리로 ASML이 넘어온 구도입니다.
세 회사는 지금 각각 무엇을 만드나
세 회사가 같은 제품으로 경쟁한다고 보면 현재 구도를 잘못 읽게 됩니다. 겹치는 영역은 생각보다 좁고, 각자 다른 자리에 서 있습니다.
| 회사 | 주력 | EUV |
|---|---|---|
| ASML | EUV 전량, 액침 ArF, 2026년부터 후공정 진입 | 생산 |
| 니콘 | 성숙 공정용 ArF·KrF, 2027년 후공정 진입 예고 | 철수 |
| 캐논 | 후공정 노광 주도, 나노임프린트 별도 추진 | 철수 |
기준: 2026년 1월 보도 기준 · 니케이·글로벌이코노믹 종합
니콘은 왜 157나노미터를 선택했나
2000년대 초, 업계의 질문은 193나노미터 다음에 무엇을 쓸 것인가였습니다. 회로를 더 가늘게 새기려면 빛의 파장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당시의 상식이었고, 니콘은 그 상식대로 157나노미터 광원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파장을 줄이는 정공법이었고, 실패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선택이었습니다.
문제는 렌즈였습니다. 157나노미터 빛은 일반 유리에 흡수되고 왜곡되기 때문에 렌즈를 플루오린화칼슘으로 바꿔야 했는데, 이 결정은 희귀하고 잘 깨지며 연마 비용이 높고 열을 받으면 균열이 생겼습니다. 업계는 이 경로에 수억 달러를 쏟은 뒤에야 양산에서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ASML은 무엇을 다르게 판단했나
ASML은 파장을 줄이는 대신 193나노미터를 그대로 두고 렌즈와 웨이퍼 사이에 물을 채웠습니다. 물의 굴절률이 공기보다 크다는 성질을 이용해 해상력을 끌어올리는 액침 방식이었고, 이 전환을 제안한 사람은 ASML 내부가 아니라 고객사인 TSMC의 연구원 버니 린이었습니다. 파장을 건드리지 않았으므로 기존 광원과 소재를 그대로 쓸 수 있었습니다.
부품 조달 방식도 갈렸습니다. 니콘과 캐논은 핵심 부품을 자체 제작하는 수직 통합을 유지했고, ASML은 자본이 부족해 외부에 맡기는 모듈러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 강제된 선택이 나중에 분야별 최고 기술을 끌어 쓰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 갈림길 | 니콘·캐논 | ASML |
|---|---|---|
| 파장 | 157nm로 단축 | 193nm 유지 + 액침 |
| 부품 | 수직 통합, 자체 제작 | 모듈러 외주, 협력사 공동 개발 |
| 고객 | 납품 관계 | 공동 개발, 2012년 지분 23% 매각 |
| EUV 컨소시엄 | 배제 | EUV LLC 합류, IP 확보 |
기준: 2000년대 초반 시점 · PADO 번역 기사 및 업계 자료 종합
기술이 아니라 판단이었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니콘의 기술이 뒤졌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 몇 가지 있습니다. 니콘은 2001년 12월 ASML과 칼자이스를 상대로 액침 노광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냈고, 양측은 2004년 포괄적 특허 공유 협약으로 분쟁을 매듭지었습니다. 일부 계약이 2009년 말 종료된 뒤 니콘은 2017년 다시 특허 11건을 들어 제소했습니다. 자기 기술이 없었다면 성립하지 않는 다툼입니다.
EUV 단계에서는 판단보다 배제가 컸습니다. ASML은 미국 에너지부가 주도한 EUV LLC 컨소시엄에 합류해 초기 지적재산권을 확보했고, 니콘과 캐논은 여기서 제외됐습니다. 두 회사는 2010년대 초 EUV 개발에서 손을 뗐습니다. 노구치 유키오 교수는 2000년대 초 일본 기업이 반도체 장비 대신 디지털 카메라라는 소비재에 주력한 것을 더 큰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합니다.
두 회사는 지금 무엇으로 돌아왔나
캐논은 전공정을 포기한 대신 후공정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2011년부터 이 영역을 사실상 독점했고, 2025년 판매량은 241대로 5년 사이 두 배가 됐습니다. 약 500억 엔을 들인 우쓰노미야 신공장으로 생산능력을 1.5배 늘렸고, 별도로 도장을 찍듯 회로를 전사하는 나노임프린트 장비도 밀고 있습니다.
니콘은 성숙 공정용 장비와 후공정 진입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ASML이 후공정으로 넘어오면서 두 회사가 지켜온 자리가 다시 흔들리는 중입니다. 전공정에서 벌어진 일이 후공정에서 반복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릅니다.
한국은 어디에 걸려 있나
한국은 이 시장에서 구매자 쪽에 서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 회사의 장비를 모두 쓰지만 만드는 쪽에는 이름이 없고, ASML 협력사 5,000여 곳 중 국내 기업이 사실상 없다는 지적은 2021년부터 나왔습니다. ASML이 국내 거점으로 동탄을 고른 것도 세제 혜택보다 삼성·SK 사업장과의 거리를 우선한 결과로 읽힙니다.
다만 후공정 노광 쪽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세 회사가 붙기 시작한 영역이라 구매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국면이고, 첨단 패키징 물량을 쥔 국내 기업의 협상 여지도 그만큼 넓어집니다. 중국의 국산화 시도가 EUV가 아니라 DUV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노광장비 국산화 관련 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노광장비 회사가 새로 생기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장비 한 대에 10만 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가고 이를 5,000곳 이상의 협력사에서 조달합니다. 부품을 만드는 능력보다 이 공급망을 20년 넘게 유지하며 함께 개발해온 관계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니콘은 지금도 전공정 노광장비를 판매하나요?
판매합니다. 다만 EUV가 아니라 성숙 공정용 ArF·KrF 장비가 중심이며, 2021년 기준 전체 점유율은 6% 수준입니다.
캐논의 나노임프린트 장비는 EUV를 대체할 수 있나요?
현재로서는 대체재로 보기 어렵습니다. 결함, 정렬 오차, 생산량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고, 첨단 로직 양산 라인에 본격 도입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후공정 노광장비는 전공정 장비와 어떻게 다른가요?
전공정은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고, 후공정은 칩과 기판을 잇는 중간기판에 배선을 그립니다. 요구되는 선폭이 훨씬 크기 때문에 EUV가 필요 없고, 대신 두꺼운 기판과 휨 현상을 다루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니콘과 캐논이 EUV로 돌아올 가능성은 있나요?
두 회사 모두 2010년대 초 EUV 개발에서 철수했고 복귀 계획을 밝힌 적은 없습니다. 2026년 현재 두 회사의 발표는 모두 후공정과 성숙 공정에 집중돼 있습니다.
정리
노광장비 회사가 셋뿐인 것은 진입 장벽 때문이지만, 그 셋의 순위가 지금처럼 굳은 것은 2000년대 초의 선택 때문이었습니다. 파장을 줄일 것인가 물을 넣을 것인가, 부품을 직접 만들 것인가 남에게 맡길 것인가, 고객을 사는 쪽으로 볼 것인가 함께 만드는 쪽으로 볼 것인가에서 갈렸습니다. 한 대에 수천억 원이 붙는 이유는 EUV 장비 가격을 다룬 글에서 이어서 보겠습니다.
이 글은 2026년 8월 10일 기준으로 확인한 내용입니다.
참고: 니케이 · 글로벌이코노믹 · 전자신문 · PADO ·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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