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장비 가격 2,000억 | 비싼 건 렌즈가 아니라 빛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왜 이 가격이 계속 오르나
스캐너 가격은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만 22% 올랐습니다. 수요가 몰리는데 연간 생산 대수가 30~45대 수준에 묶여 있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세대가 바뀔 때마다 두 배씩 뛰는 구조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세대 교체의 실체는 빛을 더 많이, 더 안정적으로 만드는 일이고 그 부담이 그대로 값에 실립니다.
이 글은 가격표를 비교하지 않습니다. 같은 2,000억 원이 무엇에 쓰이는지, 그리고 왜 그 항목이 다른 방식으로는 싸질 수 없는지를 봅니다.
장비 한 대에는 무엇이 들어가나
EUV 장비는 해상 컨테이너 두 개 정도 크기에 무게 150~180톤입니다. 단일 기계가 아니라 조립체에 가깝고, 그래서 완성품을 옮기는 일 자체가 별도의 공정이 됩니다.
| 항목 | 규모 |
|---|---|
| 부품 수 | 10만 개 이상 |
| 협력사 | 5,000곳 이상, 자재의 약 85%가 외부 조달 |
| 배선·체결 | 케이블 3,000개, 볼트 4만 개, 호스 2km |
| 무게 | 150~180톤 |
| 운송 | 보잉747 3~4대. High-NA는 컨테이너 250개·트럭 25대·보잉747 7대 |
기준: 2026년 8월 · ASML 공개 자료 및 아시아경제·업계 자료 종합
여기서 눈여겨볼 숫자는 부품 10만 개가 아니라 협력사 5,000곳입니다. 부품 대부분을 밖에서 사 온다는 뜻이고, 그 부품 상당수는 이 장비 말고는 팔 곳이 없습니다. 수요처가 하나뿐인 부품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아 개당 단가가 내려가지 않습니다.
광원 모듈은 왜 가장 비싼가
13.5나노미터 파장의 빛은 램프를 켜서 얻을 수 없습니다. 진공 챔버 안에 액체 주석 방울을 떨어뜨리고 여기에 이산화탄소 레이저를 때려 플라즈마를 만들면, 그 플라즈마가 잠깐 EUV를 내놓습니다. 방울 하나에서 나오는 양이 워낙 적어 초당 5만 개를 떨어뜨리고 그 전부를 레이저로 명중시켜야 합니다.
한 번 때리는 것으로도 부족합니다. 약한 첫 펄스로 방울을 팬케이크처럼 납작하게 편 뒤 강한 두 번째 펄스로 완전히 기화시키는 이중 펄스 방식을 씁니다. 표면적이 넓어져 레이저 에너지를 더 잘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최신 장비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삼중 펄스를 쓰고 방울 수도 초당 6만 개로 늘렸습니다.
| 항목 | 값 |
|---|---|
| 시장 내 비중 | 46.3% — 하위 시스템 중 최고 |
| 변환 효율 | 5% 미만 |
| 주석 방울 | 초당 5만 개, 최신 장비 6만 개 |
| 레이저 | CO₂ 30kW, 약 17톤, 트럼프 단독 공급 |
| 광원 출력 | 600W → 1,000W 달성, 1,500~2,000W 목표 |
기준: 시장 비중은 2024년(모르도르인텔리전스), 출력은 2026년 3월 보도 기준
변환 효율 5% 미만이라는 숫자가 가격 구조의 핵심입니다. 투입한 에너지의 95% 이상이 빛이 되지 못하고 열로 빠지므로, 웨이퍼 처리량을 늘리려면 레이저를 더 세게 돌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출력을 600와트에서 1,000와트로 올리는 일이 곧 냉각·잔해 제거·거울 코팅 전부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 됩니다.
렌즈가 아니라 거울인 이유는 무엇인가
EUV는 공기를 포함해 거의 모든 물질에 흡수됩니다. 그래서 이 장비에는 통상적인 의미의 렌즈가 없습니다. 빛이 통과하는 대신 여러 겹의 다층막 거울에 차례로 반사되며 웨이퍼까지 가고, 경로 전체가 진공이어야 합니다.
거울에 요구되는 정밀도는 광학 부품 중 최고 수준이지만, 이 부품은 한번 만들어 놓으면 성능이 유지됩니다. 반면 광원은 초당 수만 번의 폭발을 24시간 내내 반복하는 소모성 구조입니다. 값이 갈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사고 나서도 계속 드는 돈은 무엇인가
구매가가 전부가 아닙니다. 주석 잔해가 집광 거울에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고속 수소 흐름을 계속 흘려야 하고, 이 소모품과 부품 교체는 공급사의 연간 서비스 계약으로 묶입니다. 광원의 전력 안정성을 보장하는 조건이 계약에 포함되기 때문에 사실상 해지 선택지가 없습니다.
마스크를 오염에서 보호하는 펠리클도 계속 나가는 비용입니다. 탄소나노튜브 멤브레인이 투과율 97~98%에 1,000와트 노출을 견디는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소모품이라는 성격은 그대로입니다. 장비를 세우는 순간 손실이 커지므로, 이 비용은 깎는 대상이라기보다 가동률을 지키는 비용에 가깝습니다.
한국은 어디에 걸려 있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장비의 주요 구매자이지만 공급망 안에는 자리가 좁습니다. ASML 협력사 5,000여 곳 중 국내 기업이 사실상 없다는 지적은 2021년부터 반복돼 왔고, 장비 가격의 절반 가까이가 광원 계열에 몰려 있다는 사실은 국산화 논의가 어디를 겨냥해야 하는지도 함께 알려줍니다.
회로를 새길 때 함께 쓰이는 소재 쪽에서는 국내 비중이 있지만, 빛을 만드는 모듈은 별개의 영역입니다. 중국이 도달한 단계 역시 이 광원 문제 앞에서 갈렸고, 그 경계는 노광장비 국산화 관련 글에서 다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EUV 장비 가격은 왜 세대마다 두 배씩 오르나요?
해상력을 높이려면 렌즈 계열의 개구수를 키워야 하고, 그만큼 거울이 커지고 광원 출력도 올라갑니다. 부품 하나를 키우면 냉각과 진공 설계가 함께 바뀌기 때문에 개선이 부분 교체로 끝나지 않습니다.
주석 말고 다른 물질로 EUV를 만들 수는 없나요?
13.5나노미터 대역에서 충분한 세기의 빛을 내는 물질로 주석이 현재 가장 실용적입니다. 방사광가속기 기반 등 다른 방식이 연구되고 있으나 장비 크기 문제로 양산 라인에 넣기 어렵습니다.
중고 EUV 장비 시장은 있나요?
사실상 없습니다. 연간 생산 대수가 30~45대 수준이고 도입한 기업이 계속 가동하기 때문에 매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DUV 장비와 가격 차이는 왜 그렇게 큰가요?
DUV는 빛이 렌즈를 통과하는 구조라 대기 중에서 작동하고 광원도 상용 엑시머 레이저를 씁니다. 진공 챔버, 다층막 거울, 플라즈마 광원이라는 세 덩어리가 모두 빠집니다.
장비 설치에는 얼마나 걸리나요?
분해된 상태로 항공 운송된 뒤 현장에서 조립·정렬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통상 수개월 단위로 알려져 있으며, 장비 세대와 팹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리
EUV 장비 가격을 렌즈값으로 이해하면 왜 이 값이 내려가지 않는지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값의 절반 가까이는 초당 5만 번 주석을 태워 빛을 만드는 구조에 들어가 있고, 그 구조는 효율이 5%를 넘지 못한 채 출력만 계속 올려온 결과입니다. 이 시장의 회사가 왜 셋뿐인지는 노광장비 회사 관련 글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이 글은 2026년 8월 10일 기준으로 확인한 내용입니다.
참고: ASML · 트럼프 · 모르도르인텔리전스 · 아시아경제 · KI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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